우리집 지하에는 치즈 고냥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. 앙칼진 발정기 소리가 나서 어딘가 추측해보니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지하실 보일러 옆에서 숙박하고 가는 듯.
 워낙 요즘에는 고냥이에 대한 낭만적인(?) 생각이 많긴 하였지만, 추운데 천대받는 게 불쌍해 보여서 설날즈음 우리집 사람들은 손도 안대는 비싼 생선을 날라다 주었다. 그리고 주인집 몰래 몰래 틈틈이 챙겨주고 있다.
 며칠 챙겨주지도 않았는데 그릇에 밥이 없으면 애옹~거리고 운다.;;
오늘은 밥을 듬뿍 챙겨서 밥그릇에 담아주고,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현관문 앞 계단에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. 그런데 갑자기...
 냥이가 사뿐사뿐 걸어오더니 계단 4개정도 떨어진 곳에 나랑 마주볼 수 있는 곳에 앉아주셨다. 도망도 치지 않고... 내가 신기해서 말을 시켜보니 대답은 안해도, 점잖게 말을 듣고 있는 듯했다.
 비록 짧은 시간이였지만 참 좋은 경험이었다.(한 10~15분?)
 다만, 2층집에 걸리지 않도록 해 뜨고 사람 많을 때 마당을 활보하는 무모한 짓만 안했으면 좋겠다. 그러면 쫓겨나쟎아. 그나마 바람 피할 수 있는 곳인데...
 안 걸리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깐, 냥냥이 너도 조심해주세요. (다음에 만나면 당부해야겠다)
 
  밥이 모자른가 싶어서 밥그릇을 뒤져봤더니 아직은 조금 남아있네. 밥그릇 확인하는 사이 없어진 냥냥이. 다시 확인해보니 담벼락을 꽤 세련되게 걸으며, 유유히 사라졌다.(언젠가 본듯한 황량한 바람을 맞으며 떠나가는 카우보이의 느낌?)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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